[티브이데일리 서승미 기자] 2012년 8월, 대한민국의 항일정신이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현재 국민들은 몇 시간 앞으로 다가온 11일 2012 런던 올림픽 축구 한일전에 대한 승리를 염원하고 있다.

이 경기는 국내뿐만 아니라 외신에서도 "결승전보다 더 흥미로운 매치업", "잠을 설쳐가면서라도 봐야할 경기" 등의 보도를 내보내는 등 이례적으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물러 설 수 없는 대결이 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같은 상황을 더욱 절묘하게 만드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KBS2 수목드라마 '각시탈'(극본 유현미, 연출 윤성식)이다.

‘각시탈’은 캐스팅 초기부터 항일의 정서가 담긴 드라마라는 이유로 많은 한류스타들에게 거부를 당해왔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각시탈'이 다룰 항일운동에 대중들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을 연 ‘각시탈’은 ‘한국형 히어로’, ‘일제시대를 살아가는 조선의 영웅담’이라는 평가와는 달리 몸을 사리는 듯한 장면들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앞서 등장한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기미가요와 욱일승천기는 논란거리만 만들었을 뿐 서슬퍼런 응징으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

하지만 지난 8일 방송된 '각시탈' 19회에서 각시탈(주원 분)은 욱일승천기를 반으로 갈라 찢어버리고, 일본 순사들을 거침없는 액션으로 응징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9일 방송된 '각시탈' 20회에서는 그 동안 광복절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수 있었던 소재인 위안부 문제를 전면에 등장시켜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날 '각시탈'은 일본이 위안부를 간호부로 속여 어린 여성들을 징집하는 과정이 실감나게 그려졌다. 특히 일제의 음모도 모른 채 오로지 할머니를 위해 돈을 벌겠다고 먼 길을 떠나는 순이라는 소녀의 이야기를 그려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만든 것.


방송을 접한 시청자들은 "드라마로 보니 더욱 슬프다", "위안부를 그린 '각시탈' 정말 보길 잘했다", "어제는 통쾌했는데 오늘은 정말 화나고 마음이 아프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욱일승천기와 위안부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세대불문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그러나 ‘각시탈’은 무조건적으로 이 소재를 활용하며 시청자들을 선동하지 않고 적절한 액션과 새로운 이야기를 집어넣어 시청자들이 자신이 겪지 못한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들의 이야기에 감정이입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이렇게 ‘각시탈’은 때로는 가슴을 뜨겁게, 때로는 먹먹하게 만들며 그 동안 잊고 살았던 ‘애국심’이라는 단어를 일깨웠다.

또 우리가 런던 올림픽을 보며 한일전을 기다리는 이 순간마저도 ‘각시탈’ 속에서 스러져간 우리 조상들이 없었다면 절대 존재하지 않았을 시간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어 의미가 깊다.

[티브이데일리 서승미 기자 news@tvdaily.co.kr/사진=KBS2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