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혜영 기자] 파스텔톤의 원피스를 입고 여리여리함을 뽐내던 그룹 여자친구는 노래가 시작되면 인간 뜀틀을 넘고 팔로 풍차를 돌리는 등 격한 면모를 드러냈다. 모두를 놀라게 했던 '반전'은 통했다. 지난해 말부터 러쉬처럼 들이닥친 신인 걸그룹 경쟁에서 여자친구는 단연코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데뷔곡 '유리구슬'에 이어 '오늘부터 우리는'까지 여자친구는 2연타 흥행으로 자신들만의 색을 확실히 각인시키며 치열한 가요계에서 살아남았다.
"솔직히 저희는 '유리구슬' 끝나고 준비하면서 기대도 많이 했는데 걱정도 많았어요. 어쨌든 '유리구슬' 때 많은 분들이 저희 노래도 알아주셔서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았거든요. 부담감이 많이 있어서 열심히 준비했는데 다행히 '오늘부터 우리는'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좋아해주셔서 저희도 너무 감사하게 활동을 하고 있죠." (엄지)
주위의 극찬이 잇따르고 있지만 여자친구는 체감하지 못하는 듯 얼떨떨한 모습이었다. 계속되는 칭찬 세례에도 여자친구는 "주변 분들은 저희한테 칭찬을 많이 안 해주신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도 없어서 주위의 반응을 잘 모른다"며 한사코 '띄우기'를 거절했다.
작곡팀 이기용배가 만든 '오늘부터 우리는'은 중독성있는 리듬과 멜로디, 소녀감성을 담은 서정적인 노랫말로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 중독성 강한 후렴구와 스캣처럼 들리는 '당신을 좋아해요'라는 뜻의 스페인어 'Me gustas tu'는 노래를 한층 상큼하게 만들어준다.
소원은 "'오늘부터 우리는'은 가이드 받고 편곡이 많이 된 곡이다. 근데 'Me gustas tu' 부분은 처음 노래 받았을 때부터 있었다. 저희도 기억에 많이 남았다"고 말했고 신비는 "우리는 정확히 발음을 잘 몰랐을 때 '코스트 코' '꾸스꾸스'라고도 했다. 추임새인 줄 알았는데 스페인어라는 걸 듣고 참신하고 신박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자친구는 무대 위에서는 기존의 청순 콘셉트 걸그룹과 차별화된 진화된 청순돌의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뜀틀, 파격적인 퍼포먼스와 칼군무는 '파워 청순'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여자친구 역시 "그동안 파워 섹시는 있어도 파워 청순은 없었지 않느냐. 노래는 청순한데 춤은 격한 안무를 하니까 그런 걸 좋게 봐주신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여러 칼군무중 힘들었던 안무로 예린이 '풍차 돌리기'를 꼽자 소원은 "팔을 두 번 휘저어서 내리는데 멤버마다 각도나 속도가 다 달라서 다 세워놓고 보면 후두두둑 떨어지더라. 맞추는 게 힘들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엄지는 "결국 안무 영상을 찍어서 스페이스바로 몇 초씩 멈춰서 안무를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인간 뜀틀 안무에 대해서도 소원은 "저랑 유주, 예린이가 처음에 안무를 했었다. 제가 받침대 역할을 했는데 도중에 다쳐서 급하게 엄지로 바꼈다. 동시에 일어나는 안무라 합이 잘 맞아야 되는데 다치기도 많이 다치고 계속 안되다가 겨우 성공했다. 근데 결국 부상 때문에 급히 다른 사람으로 대체했다. 다시 합을 맞추기가 정말 힘들었을 거다"고 말했다.
뮤직비디오 찍기 한달 전쯤 받침대로 교체된 엄지는 "처음에는 옆에서 셋이 합 맞추는 거 보면서 '셋 다 힘들겠다' 했는데 내가 하게 된 거다. 눈 딱 감고 하면 되지 않을까 했는데 막상 하게 되니까 두려웠다. 몸이 힘들다는거보다 심리가 힘들었다. 따로 따로 연습하고 맞추다 보니 잘 되긴 했는데 처음에는 '아 하필 내가 이걸 해야 하나'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무대 위에서 가끔 안 맞을 때도 있느냐고 묻자 예린은 "서로 그런 걸 느낀다. 엄지가 내려가는 각도가 있다. 너무 내려가면 내가 앞으로 쏠린다. 컴백날 그렇게 돼서 굉장히 당황했다. 리허설 때는 안 이랬는데 본방에서 그래서 '아니 얘가 왜 갑자기 이렇게 숙였지' 싶기도 하고 표정이 순간적으로 굳었다"고 떠올렸다.
여자친구는 '오늘부터 우리는' 뮤직비디오를 찍으면서 올림픽공원의 푸른 풀밭 위에서도 해당 안무를 소화하며 청량감을 선사했다. 그러나 멤버들은 정작 "그 신이 가장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소원은 "하늘이 맑을 때 해야 돼서 1시~2시 사이에 했다. 햇빛이 쨍쨍 내리쬐다가 3초 정도 구름에 가리면 멈추고 다시 찍어야 했다. 그런데 진짜 놀란 게 같이 계시던 분이 '1분 예상이요' 하면 정말 곧 구름이 걷히더라. 진짜 놀랐다. 기상청인 줄 알았다"며 "2시간동안 햇빛 아래서 군무를 찍었는데 덥고 그런 거보다도 지형이 음푹 파여 있고 경사가 있어서 올라갈 땐 오르막길이었다가 내려갈 땐 내리막길이었다. 발도 아프고 엄청 힘들었는데 나온 결과물을 보니까 너무 예쁘게 나왔더라"고 밝혔다.
예린은 "햇빛 때문에 살이 타서 옷에 가려졌던 끈 부분만 하얗다. 탄 게 느껴지지 않도록 그 자리로만 옷을 입고 있다"면서 "두피도 타서 고생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멤버들은 뮤비에서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비눗방울 불기, 가위바위보, 뽑기를 하는 풋풋한 모습으로 자연스러운 청순함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멤버들은 "다 노는 신이어서 진짜 노는 것처럼 재미있게 찍었다"며 "여고생스러운 건 우리가 어울린다기보단 꾸미려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저희는 저희 나이대에 할 수 있는 걸 한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저희가 이렇게 생기지 않았다면 다른 노래를 받았을 거 같아요. 회사에서 '이런 콘셉트 해'라기보다는 이미 콘셉트를 정해놓고 애들을 데리고 온 거예요. 연습생 때 다른 선배님들 노래도 커버했거든요. 섹시한 거라든지 센 거도 해봤는데 정말 안 어울려요. 소속사 분들도 '애 쓴다'고 하셨죠. 팀이 1년, 2년 지나면서 분위기도 바뀔 테지만 벗어나지 않는 틀에서는 청순 콘셉트를 많이 보여드릴 수 있을 거 같아요." (소원)
여자친구는 화제성도 독보적이다. 멤버 하나만 예능에 나와도 각종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휩쓸며 '파워루키'임을 입증시켰다. 예린은 SBS '런닝맨'에, 유주는 MBC '복면가왕' 등에 나가 큰 이슈를 만들어낸 바 있다.
유주는 "전에 '유주 씨의 이름이 검색어에 올라있다면 어떨 거 같아요?'란 질문을 받았는데 '정말 그렇게 돼 있다면 캡처할 거 같아요. 신기하니까 잊지 않기 위해서요'라고 대답했는데 정말 그런 일이 벌어졌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재빠르게 캡처해놨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유주는 '복면가왕'에 대해 "보안이 철저한 프로그램이라서 멤버들이랑 가족들한테도 비밀로 했다. 상대방이랑 맞춰보는 무대를 할 때도 서로 얼굴을 가린다. 물론 화장실 갈 때도 마찬가지다. 저도 알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정말 모르겠더라"면서 "말을 못하니 답답했는데 일단 중요한 게 무대였기 때문에 답답함은 접어뒀다. 아직 좀 부족하긴 하지만 다행히 칭찬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좋았다"고 밝혔다.
신비는 MBC 어린이 드라마 '내 품에 라바와 친구들'에서 샤윙 역으로 출연하며 연기에도 도전했다.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자친구에게 혹시 하고 싶은 다른 분야의 무언가가 있느냐고 묻자 엄지와 소원은 라디오를, '올리브쇼' '수요미식회' '테이스티로드' '오늘 뭐 먹지?' 등을 즐겨본다는 윤하는 '먹방'을, 어릴 때부터 엄마와 뮤지컬을 자주 봤다는 유주는 뮤지컬을 꼽아 눈길을 끌었다.
여자친구는 데뷔 때는 신인 걸그룹 러시 속에서, 이번엔 쟁쟁한 선배들이 넘쳐나는 걸그룹 대전 속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아무래도 음악방송의 분위기도 확 다를 법하다. 여자친구는 "둘 다 배울 점이 많았다"면서 "이번 활동 때는 선배님들이 많은데 리허설 때 포미닛 선배님들 무대를 봤다. 선배님들의 끼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저런 표정도 지을 수 있구나 감탄했다"고 전했다.
소원은 "저희 멤버가 전체적으로 낯을 가린다. 선배가수 분들이 말을 걸어주시면 너무 좋고 대답은 하고 싶은데 '와 감사합니다' 그러고 만다. 언젠가 은하가 무대 전에 소나무 민재 선배님께서 '너무 예쁘다'고 하셨는데 떨려서 '감사합니다'라고만 했다면서 나한테 '저 진짜 바본가봐요. 이렇게까지밖에 말을 못했어요'라고 신경을 쓰더라. 나중에 대기실에서 다시 얘기한 뒤에 '드디어 하고 싶었던 말했어요'라며 기뻐했다"고 일화를 공개했다.
엄지는 신곡 '진진자라'로 활동 중인 태진아를 인상깊었던 선배가수로 꼽았다. "선배님을 두 번 정도 뵀는데 저희에게는 대선배님 정도가 아니라 아예 위에 계신 선생님이지 않느냐"고 말문을 연 엄지는 "처음 뵀을 때 '내가 태진아 선배님을 뵀구나'는 생각에 신기했다. 연령대 상관없이 할머니, 할아버지도 좋아하시는 선생님이신데 인사했더니 '잘한다. 열심히 해라'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할머니, 할아버지는 송해 선생님의 '전국 노래자랑' 같은 프로그램은 자주 보시는데 최신 가요가 나오는 음악방송을 찾아보신 적은 없을 거 아니냐. 근데 저희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녀가 데뷔했다고 하니까 시간대를 맞춰서 보신다고 하더라. 할머니, 할아버지 정서에는 이해가 안 가는 음악들도 많을 텐데 태진아 선생님이 나오면 '즐기실 수 있는 시간이겠다' 싶었다"고 깊은 효심을 뽐냈다.
유주는 롤모델로 꼽아왔던 신화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유리구슬' 때 운이 좋게 활동이 잠깐 겹쳤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앨범에 멘트를 써서 신화 선배님한테 같이 사진도 찍었다. 롤모델을 눈앞에서 보고 CD를 드리니까 되게 신기했던 거 같다"고 말했다. 엄지는 "저랑 신비가 98년도에 태어났는데 그때 데뷔하셨다고 하더라. 저희가 나중에 지금 갓 태어난 애들이랑 만난 거지 않느냐"고 놀라워했다.
"올해 목표는 신인상이에요. 5년 뒤에는 '이 그룹은 노래가 참 좋다' 같이 믿고 듣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됐으면 좋겠어요. 씨스타 선배님보면 노래들이 좋잖아요. 자주 즐겨듣는데 듣기도 전에 기대가 돼요. 또 차트에 수록곡 줄세우기도 해보고 싶어요. 최종 목표는 신화 선배님을 롤모델로 하는 것처럼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도, 각자 연기도 하고 예능도 하고 다른 길을 걷는다 하더라도, 한 번쯤 다시 모여서 여자친구 앨범을 냈으면 해요. 여자친구란 그룹이 안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여자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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