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데뷔 후 처음으로 인터뷰에 응한다는 배우 문상민(22)의 표정에서는 신예 다운 풋풋함이 묻어 났다. 주목을 받으면 관심을 으레 마땅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근래의 신인들과 다른 싱그러움이 매력이다. 포커페이스에 능숙하지 않은 배우와 대화를 나누는 건 오랜 만. 자신의 속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는 성남대군과 사뭇 닮았다.

지난 4일 종영된 tvN '슈룹‘ (극본 박바라, 연출 김형식)은 문상민에게 자신감을 안겨 준 작품이다. 김혜수, 박해숙, 최원영, 김의성 등 기라성 배우들과 함께 해 배운 점이 많았다. 특히 가장 많은 호흡을 맞춘 김혜수를 그는 ’최고의 선배님이자 최고의 선생님‘이라 칭했다. 그는 김혜수를 언급할 때 마다 뭉클한 표정을 보이며 진심으로 배운 게 많았다고 말했다.

"김혜수 선배님 연기를 볼 때 마다 놀랐어요. 극 중 세자(배인혁)가 죽는 신에서는 우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아, 말로 설명을 잘 못하겠는데 마음이 뭔가 이상하도록 아팠어요. 선배님 연기를 보며 슬픔을 표현하는 울음 소리에 많은 게 있다는 걸 알았죠. 무엇보다 제가 역할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많이 배려해주신 점이 감사해요. 선배랑 호흡을 맞추면 제가 미리 준비하지 않은 리액션이 저절로 나오더라고요. 배우로서의 책임감과 마인드에 대해서도 많은 얘기를 해주셨죠."

문상민은 현장에서 연령대로 딱 중간의 위치였다고 한다. 대군들 중 가장 맏형이었다. 기존 현장에선 늘 막내의 자리였던 그는 책임감을 가지고 대군들과 친밀감을 쌓기 위해 노력했다. 수다 떠는 걸 좋아해 다행이라는 문상민은 상대 배우가 좋아하는 걸 질문으로 던지고, 분위기를 매끄럽게 만들려 노력했다. 즐거운 맏형 역할이었다. 그 책임감을 가르쳐 준 건 선배들의 연기였다.


‘슈룹’은 문상민의 시작점을 알리는 작품이다. 대군들과 치열하게 경합을 벌인 성남대군이 왕세자 자리에 앉는 최종 승리자임을 알리는 곤룡포 장면에서는 SNS 팔로워가 급격하게 늘기도 했다. ‘슈룹’ 합류 전 11만이었던 팔로워가 50만으로 늘었는데 곤룡포 장면 후 가장 증가세가 많았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인터뷰 요청이 오기도 했다. OTT 방영 효과로 생긴 글로벌 반응이 참으로 신기하다고.

가장 뿌듯한 건 가족의 반응이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TV에서 연기하는 손주의 모습을 처음으로 보셨다. 부모님도 기뻐하시지만, 조부모가 좋아하실 때 가장 기뻤다며 순박하게 웃는 문상민이 모습에선 영락없이 20대 청년의 향기가 풍겼다. 2살 터울의 형 역시 ‘주변에서 다 네 얘기를 한다’며 칭찬해줬고, 충주에 계시는 부모님은 누구보다 막내의 성장을 기뻐하신다. 특히 이번 작품은 엄마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문상민은 엄마를 상징하는 단어에 대해 묻자 고민을 거듭하더니 ‘그림자’라고 표현했다. “저희 어머니는 음.. 제겐 그림자 같아요. 떨어져 산 지 좀 됐는데 몸은 떨어져 있지만 어머니가 곁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랑을 많이 주셨거든요. 누구보다 격려해주시니 같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머니가 없으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거에요.” 문성대군처럼 지극한 효심을 드러내는 그다.

어머니는 사교육에 크게 중점을 두지 않으셨다. 성적표도 굳이 찾지 않을 정도로 아들 스스로의 자율성에 교육을 맡겼다. 문상민 역시 그런 어머니의 면모를 닮았다. 자신을 정의하는 말로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표현을 쓴 그는 중학교 시절에는 공부에 게으름을 피웠지만, 목표가 생긴 후에는 예고에 진학했고 고등학생 시절 내내 열심히 공부에 매진했다고 한다. 틀에 갇힌 것 보다 스스로 선택하는 '자유'를 중시하는 그다. 덕분에 원하는 성균관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진학할 수 있었다.


이 역시 성남대군과 닮아 있다고 말하니 문상민은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네요. 솔직히 실젱디 제가 성남대군처럼 멋지진 않지만 닮은 부분이 있네요. 근데 제가 대군 중 하나였다면 전 무안대군처럼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았을 거예요. 왕이 되고 싶지 않았을 것 같은데 만약 화령처럼 엄마가 책임감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오히려 성남대군이나 의성군 보다 더 열심히 했을지도 몰라요.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문상민은 인터뷰 내내 가족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어머니가 취재진에게 선물을 하라고 했다며 휴대폰 홀더를 선물하기도 했다. 소박하지만 아들에 대한 사랑과 자랑스러움이 충분히 느껴지는 부분이다. 풋풋함은 두 모자의 공통 분모였다. 화령과 성남대군이 서로의 강함을 닮은 것 처럼.

대군들과의 우정 또한 '슈룹으로' 얻은 것들 중 하나다. 극 중 경쟁 구도를 형성한 보검군(김민기)은 가장 자주 만나는 동생으로 일명 ‘배드민턴 모임 멤버’다. 멤버는 문상민과 김민기 단 두 명. 최근 있던 일이다. 마지막 촬영을 마친 후 체육관에서 배드민턴을 치는데 지나가는 아주머니들이 “‘슈룹’ 대군들 아니냐”고 반가워하며 함께 경기를 하자고 제안했고, 모르는 아주머니들과 승부를 내는 경기를 했다. 결과는 배우들 승!


오예주(청하 역) 역시 그가 ‘맏형’ 노릇 좀 한 배우다. 4살 어린 동생과 첫날밤을 치르는 연기를 해야 했던 탓에 긴장감을 풀어주려 무척 노력했다고. “사실 저도 되게 긴장했는데 동생이니까 어색함을 풀려 노력했어요. 일부러 식사도, 대화도 자주 나눴어요. 덕분에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죠.” 실제 이성형도 청하 같은 캐릭터다. “적극적인 여성을 좋아해요. 실제로 그런 분이 있으면 멍해져요. 그런 분들이 이상형이에요.”

촬영 중 속상했지만 또 다른 배움을 안겨 준 일화도 있다. 고증, 역사 왜곡 논란이다. 실제 조선에서는 대군들과 왕자들의 서열이 ‘슈룹’에서 표현된 것과 달리 명백한 계급 차이와 차별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묻자 내내 웃음기를 머문 얼굴이 진지해 진다. 그는 “드라마에 참여한 배우로서 참 마음이 무거웠어요. 동시에 연기 뿐 아니라 배우는 다른 것도 배우고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닫는 계기가 됐죠”라고 심경을 전했다.

'슈룹‘을 마친 문상민은 새로운 모습으로 시청자와 만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는 “차기작으로 결정된 건 없지만 연하남 역에 꼭 도전해 보고 싶어요. 열심히 오디션을 준비 중인데 연하남 역을 열심히 할 준비가 돼 있어요”라고 답했다. 왜 연하남이 되길 원하는 것일까.

“지금 가장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하하 친기작을 열심히 준비 중이지만, 일단은 ‘슈룹’을 통해 배운 것들을 더 생각하고 싶습니다. 전에는 몰랐던 선배, 동료들의 장점을 본 것도 참 좋았고, 제 개인적으로는 배우로서 자신감 있게 나아가는 계기가 된 작품이기에 앞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신정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