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진석 기자] 돌고래유괴단과 어도어의 소송 과정에서 전 어도어 대표 민희진이 증인으로 출석해 변론을 펼쳤다.

11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2민사부는 어도어가 돌고래유괴단을 상대로 제기한 11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소송 3번째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 사건은 어도어에 소유권이 있는 뉴진스 관련 영상을 돌고래유괴단이 유튜브 채널에 공개하며 불거졌다.

당시 어도어 측은 돌고래 유괴단 신우석 감독이 어떤 권한으로 본인 채널에 게시했는지 물었고, 그러자 신 감독은 자신이 운영하던 또 다른 비공식 팬덤 채널인 '반희수' 채널에 게시했던 모든 뉴진스 관련 영상을 갑자기 삭제했다. 이로 인해 뉴진스의 영상을 즐기던 팬들은 어도어에 비판을 가했다.

어도어는 'ETA' 디렉터스 컷 영상을 구독자 7870만 명의 하이브 공식 채널이 아니라, 구독자 48만 명의 돌고래 유괴단 채널에 업로드하도록 한 것은 하이브와 어도어에 손해를 끼치고 돌고래 유괴단에게 이익을 가져다줬다고 주장해 왔다. 앞서 신 감독은 "(디렉터스 컷) 무단 공개"라고 언급한 어도어의 입장문이 본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형사고소를 제기했고, 어도어 측은 돌고래 유괴단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양 측은 신 감독의 영상 게시 권한 여부, 당시 민 대표가 신 감독에게 준 특혜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방 과정을 거쳤다. 재판에는 민희진이 돌고래유괴단 측 증인으로 참석했다. 그는 자신의 풋옵션 행사 관련 주식매매대금 청구 소송이 아닌 다른 소송에 첫 출석해 이목을 끌었다.

피고 측 심문에서 민희진 전 대표는 본인 심문에서 뮤직비디오 감독이 완성된 작품을 소속사의 SNS나 유튜브 채널이 아닌 감독 본인의 SNS나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이 업계 전반에서 통상적으로 허용되는 것이라고 증언했다. 이에 더해 그는 "구두 협의가 업계 통상이다. 자연스럽고 일반적인 상황이다. 오히려 서면 사례를 찾는 게 더 어렵다 생각한다"라며 "서면으로 하는 게 엄청 특이하고 이상한 일이다. 일일이 받으면 서류가 너무 많아질 것"이라 주장했다.

민희진은 "구두 합의를 5명이 있는 자리에서 했다. 애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토르 부사장까지 있었다. 경영 사장이 아니라 크리에이터, 카피라이터 출신이기에 창작에 대한 리스펙트와 소신이 있다. 이걸로 원소스 멀티유스를 할 수 있으니,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사람들에게 잊혔을 때 다시 충격을 줄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로 너무 재밌겠다 싶었다"라고 전했다.

신우석 감독에 대해 민 전 대표는 "원래 뮤직비디오를 찍는 감독이 아니다. 업계 사람을 안 쓰면 제가 피곤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피곤해서 잘 안 쓰는데, 뮤직비디오의 구조나 제작 논법 자체가 달라져야 크리에이티브 해질 수 있다는 사람이다. 신우석 감독은 찍고 싶지도 않다고 했는데, 전 의미 있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 이 감독의 크리에이티브를 높게 사서 발휘하게 해주고 싶었다"라며 "그 센스를 쓰고 싶었고, 믿는다는 표현은 이상하지만 그의 감각을 활용하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신 감독이 올린 뮤직비디오에 대해서는 "동의 또한 당연히 구두였다. 저작권 자체가 어도어에 있다. 컨펌할 수 있는 권리는 저한테 있었다. 대표이사이자 프로듀서였기에, 애플에 물어보는 게 이상한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민희진은 원고 측의 "그로 인해 유튜브 수익이 줄어들지 않냐"는 발언에 대해 "바보 같고 어이없는 주장이다"라며 "제 입장에선 그 정도로 어이없는 주장이란 뜻"이라 밝혔다. 그는 "오히려 돌고래 유괴단 채널이 광범위한 소비자들에게 오픈되니 어도어에 이득인 것이다. 아이돌 소구대상들이 보지 않냐"라고 말했다.

해임 직후 자신이 어도어로부터 받은 메일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제 실무자였던 김예민 씨가 보고를 해줘서 답변은 안 했다. 이도경이 자꾸 협의 여부를 물었는데, 그래서 저희끼리는 저를 괴롭히는 하이브의 공작이 너무 많아서 '이걸로 뭘 또 꼬투리를 잡아 괴롭히려나'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걸 묻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고 느껴졌다"라고 생각을 드러냈다. 이어 내용에 대해서는 "중요한 사람도 아니고 기억이 안 난다"라고 덧붙였다.

돌고래 유괴단의 감독판 뮤직비디오 게재 후 내림 처리에 대해 묻자 민희진은 한숨을 쉬며 "비상식 적이라 생각한다. 일방적으로 계약서를 써놓고 그 계약의 어떤 부분이 어긋났다는 이야기를 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게 법을 악용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라며 "실제 손해를 따져서 피해자가 있는지를 따져서 법적 피해와 손해를 보는 사람이 없어지는데, 법꾸라지들이 많더라"라고 발언했다.


이어지는 원고 측 심문에서 민희진은 신우석 감독의 "힘든 시기일 텐데 힘내시길"이라 적힌 SNS 업로드 글에 대해 묻자 "하이브가 할 수 있는 추측이다. 제가 올려달라 한 적 없다"라고 대답했다. 더불어 하이브의 부정적인 여론 형성을 위한 사전작업이 아니었냐는 물음에는 "제 생각에는 이 사안이 이 쟁점으로 다뤄진 재판이 아니다. 이 쟁점과 손해배상 청구를 당할만하냐의 쟁점이 오늘 이뤄지는 재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답변하지 않았다.

신우석 감독의 디렉터스 영상 예고에 대해선 "전 허락했다. 회의도 전에 촬영 중에 얘기했던 내용이다. 우리가 콘텐츠를 몇 개를 파생할지 모른다. 메이킹 필름들은 촬영해봐야 분량이 나온다. 비하인드가 얼마나 촬영될진 모른다. 그 이후 쓸만한 컷이 10편 나오면 열 편을 내고 1편만 낼만하면 한편만 낸다. 서면으로 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커밍순이라고 올라와 있는 신우석 감독의 SNS 게시물에 대해서 민희진은 "제가 허락할 일이 아니라 구두협의 때 말을 했기에 그때 협의가 된 것이다. 기억이 잘 안 난다"라며 "아무 때나 올리는 게 아니라. 적기에 올린다. 저희는 객관적 증거다. 미국 토르 부사장까지 있는데, 이들이 여기 있으면 그게 객관적 증거 아니겠냐"라고 덧붙였다.

특히 전속계약은 주요 계약임에도 이를 구두로 진행했냐는 의문에 민희진은 "모든 실무자들이 그러고 있는데 왜 신우석 감독한테만 이러는지 모르겠다"라고 밝혔다. 특히 어도어에서 돌고래 유괴단에 지급한 약 33억 원은 돌고래 유괴단 한 해 매출의 25%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어도어 측이 영업이익 180억 원을 달성해야 한다는 이면 합의서 내용도 제시하며 돌고래 유괴단 목표 이익을 맞춰주려고 일감을 몰아주고 단가를 책정한 것이 아니냐고 묻자 민희진은 "계약서에 무지한 사람들이다. 그런 질문인거지 재계약서도 안 읽어서 이렇게 됐는데, 남의 계약서를 읽어서 몰아줬다 하기엔 신우석 감독이 인건비를 너무 안 받지 않았냐. 이건 그냥 감독비 내역만 비교해도 알 수 있다. 한번 출장 가서 촬영을 여러 개 해야 좋기에 그렇다. 이건 모함이다"라고 역정을 냈다.

민희진은 이러한 주주 간 계약 내용을 알고 있었냐는 어도어의 첫 질문에는 "모른다"라고 답변하면서도, 이 계약서를 신우석 감독으로부터 받은 게 맞냐는 어도어 측의 질문에는 "맞다"라고 시인했다. 민희진은 "저는 검토해주지 않았고 전달만 했다. 기억 안 나지만 아마 검토는 부대표였을 것"이라며 대답하기도 했다. 이어 합의와 실무와 엮인 질문에 민희진은 "실무를 모르셔서 그렇다. 메시지를 준 사람은 저희 프로젝트에 참여 안 했던 분이다. 직접 실무자가 아니었기에 할 수 없던 질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돌고래 유괴단에 뮤직비디오를 올려 수익을 포기했다는 지적에 민희진은 "돌고래 채널은 수익을 창출하는 채널이 아니다. 전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가치를 추구한 것이다. 얘기하는 것보다 높은 가치다"라고 말했고, SNS 뉴진스 채널은 38만 명, 돌고래 유괴단 채널은 18만 명이란 의문에 대해선 "창작주마다 가치가 다르다. 돌고래가 적은데 왜 저기에 올렸냐고 묻는다면, 신우석은 스타기 때문이다. 팔로워는 낮다. 숫자를 얘기할 게 아니라, 인플루언서의 가치평가는 전혀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어도어 측은 디렉터스 컷 영상을 구독자 7870만 명의 하이브 공식 채널이 아니라, 구독자 48만 명의 돌고래 유괴단 채널에 업로드하도록 한 이유에 대해 물었고, 민희진은 "그게 제 의도였다, 저기에 올려야 재밌지 않냐. 하이브 채널에 올리면 재미없지 않냐. 뜬금없이 올라오는 게 재밌는 것이다. 이게 창작이다. '반희수'도 구독자도 적다. 인디 한 채널에서 특이한 콘텐츠가 나왔기 때문이다. 제가 히트한 이유가 저런 이유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돌고래 유괴단만 뉴진스라는 혜택을 누린 것이란 지적에 민희진은 "전혀 아니다. 이상한 주장이다. 여기가 유료채널도 아니고 이걸로 돈을 버는 채널도 아닌데, 저로서는 이해가 안 간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희진은 판사 측의 질문에 "제가 2년 반 재직하면서 한 번에 제가 많이 만들어서 거의 20편 이상 만든 것 같다"라며 "신우석이 특이한 사람이라 디렉터스 컷이 있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말했다. 더불어 "뮤직비디오를 감독들이 개인적으로 업로드하냐"는 질문엔 "보통은 올린다. 기억은 안 난다. 포트폴리오 용으로 올린다"라고 말했다. 민희진은 이로 인해 어도어에 "많이 화제가 됐다. 결말이 뭐냐는 말도 많이 들었고, 특이한 프로모션과 연결되지 않을까 하는 반응을 살펴보기도 했다. 이걸로 트집 잡는 건 좀 이해가 안 된다"라며 얼굴을 붉혔다.

한편, 다음 공판은 오는 12월 9일에 진행된다.

[티브이데일리 김진석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송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