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수’ 홍보마케팅 백지화, 가요계 '슈퍼갑'의 횡포는 존재하는가?

2013. 07.09. 16:18:08

[티브이데일리 조현민의 호크아이] 뭔가 확실하게 석연치 않은 일이다. 대형 유통사인 로엔 엔터테인먼트가 가수 준수(XIA)의 신곡 발매를 앞두고 애초에 약속했던 홍보 마케팅 진행을 백지화 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이에 준수의 소속사인 씨제스 엔터테인먼트가 이에 반발하는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각 언론사에 돌려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9일 씨제스 엔터테인먼트가 내놓은 보도자료에 의하면 로엔과 씨제스는 지난 5월부터 준수의 정규 2집 앨범에 대한 온오프라인 유통 업무를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업무 협의를 진행해왔다. 양 사의 실무자들은 수차례 미팅을 갖는가 하면 50통이 넘는 이메일 업무 등을 통해 준수의 앨범에 대한 콘텐츠 내용을 모두 공유했으며 지난 2일에는 앨범 수록곡 '11시 그 적당함'을 정식 온라인 유통하고 해외 사이트 판매도 진행하고 있다. 또 오는 15일 앨범 발매를 앞두고 발매일부터 주요 음원 사이트에서 진행될 홍보 마케팅의 최종 협의를 진행한 바 있으며 멜론 고객 초청 쇼케이스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는 중이라는 것.

그런데 앨범 발매를 앞둔 지난 8일 로엔이 씨제스에 “임원진의 결정으로 준수의 정규 2집 앨범에 대해 온오프라인 유통만 진행하고 최근 최종 협의됐던 모든 홍보 마케팅 진행은 백지화 하겠다. 또한 15일 쇼케이스도 로엔TV에서만 생중계 하도록 하고 멜론TV 중계는 진행하지 않겠다”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왔다는 것.

씨제스는 이에 대해 “이는 현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에 위반되는 것이며 슈퍼 갑의 위치를 악용한 횡포”라며 “당사는 15일 예정된 음반 발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로엔 측의 일방적이고 불공정한 통보를 받아들여야 하는 억울한 상황에 놓였다는 것을 언론을 통해 많은 분들에게 호소하고자 한다”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씨제스는 이러한 억울한 불공정 이행에 타협하지 않을 것이며 로엔 측이 스스로의 책임을 인정하고, 업무 협약에 따라 정상적인 유통을 진행하기를 촉구하는 가운데 유통 사업권자의 유리한 지위를 악용해 기업 대 기업의 업무 협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자 하는 로엔을 공정거래위원회와 고충처리위원회에 민원 제기하여 정당한 권리를 찾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씨제스의 주장에 따르면 로엔이 앨범 발매 6일 전에 온오프라인 유통은 하되 홍보 마케팅은 백지화 하겠다는 주장은 준수의 고정팬을 통해 수익은 얻되 앨범을 위한 유통사의 의무는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씨제스는 “로엔 측이 통보한 홍보와 마케팅이 전무한 앨범 유통은 콘텐츠를 사장 시키는 것과 같다. 또한 발매일을 6일 남겨두고 이러한 통보를 하는 것은 우리가 다른 좋은 조건의 계약을 진행하지 못하게 발목을 잡아 두고 횡포를 부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엔의 일방적 약속 불이행 통보에도 불구하고 씨제스는 15일 진행되는 쇼케이스는 멜론 고객이 대상이 아닌 주관사인 씨제스의 운영 아래 선착순 입장으로 진행하고 생중계 또한 자신들의 공식 채널을 통해 진행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에 대해 로엔 측은 “음반, 음원 유통은 예정대로 진행될 예정이며 '프로모션 백지화' 주장에 대한 내용은 보다 구체적인 상황을 정리해 밝히겠다”라는 입장이다.

납득하기 힘든 준수에 대한 이런 상황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시간을 4년 전으로 되돌려봐야 한다. JYJ의 재중 유천 준수는 2004년 5인조 동방신기로 가요계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은 2009년 당시 동방신기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내면서 SM은 물론 동방신기와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들은 나머지 멤버인 유노윤호 최강창민과는 뜻을 달리 하고 SM이 주도한 계약과 활동내용에 대한 불만에 품고 13년이라는 전속 계약 기간과 불공정한 수익 배분 등을 개선하고자 법에 호소한 것.

이렇게 SM과 법적 분쟁을 시작한 3명은 그해 말 SM이 출연을 거부한 '2009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MAMA)에 출연하면서 독자적인 활동을 본격적으로 펼치는 가운데 이듬해 JYJ라는 이름으로 지금의 씨제스에서 본격적인 제2의 연예인생을 열었다.

하지만 JYJ의 행보는 쉽지 않았다. '수퍼갑'인 기획사와 상대적 약자인 소속 연예인의 불공정 거래에 대해 동정표를 던진 JYJ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이들의 행보는 매끄러웠지만 특정 지상파 방송사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출연을 시키지 않는 등 논란이 계속되면서 징검다리 활동을 해야 했다.

현재 SM과 JYJ의 법적 분쟁은 완전히 마무리된 상태다. 동방신기도 유노윤호와 최강창민의 2인조 체제로 안정을 되찾고 활발한 활동이 속개되고 있으며 윤호와 창민은 배우로서도 활동영역을 넓히며 동방신기의 이름을 더욱 빛나게 하고 있다.

JYJ 역시 가수는 물론 각자 배우로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현재로선 SM이 마음먹고 JYJ에게 딴죽을 걸려고 해도 그들이 넘어지지 않을 만큼 견고한 아성을 구축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로엔 측의 갑작스런 약속 불이행 통보는 확실히 뭔가 어두운 그늘이 보인다. 앨범의 온오프라인 유통은 하되 대대적인 홍보마케팅은 하지 않겠다는 것은 어찌 보면 유통사 스스로 수익의 절감을 감수하겠다는 것인데 왜 갑자기 그런 손해를 불사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인지, 그럴 것이면 왜 애초부터 계약을 맺겠다고 약속을 했는지가 의문거리다.

게다가 홍보마케팅 포기의 설명이 확실하지 않다. 다만 내부 임원진의 회의로 그런 결정을 내렸다는데 그 배경이 뭔지 명명백백하게 밝히지 않는 게 찜찜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한때 슈퍼갑의 위치에 있던 SM의 경우가 다시 되풀이 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그 상대가 SM이 아닌 로엔이라는 것일 뿐 JYJ의 ‘슈퍼을’ 입장은 비슷하다는 견해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그렇게 생각하게끔 만드는 것은 로엔 측의 애초의 계약과 계약 후의 갑작스런 계약불이행 통보 내용이다. 로엔 측이 손해 혹은 최소한 소득의 감소를 감수하면서까지 준수의 새 앨범의 홍보에 찬물을 끼얹고 더 나아가 그의 향후 행보에 브레이크를 걸겠다는 행위 자체는 도대체 의도가 불분명하다.

우리나라 연예계는 유독 소속사와 연예인의 전속계약 분쟁이 잦다. 미국이나 일본에서 유명 연예인을 놓고 이런 분쟁이 있었다는 뉴스는 단 한 번도 외신으로 전해진 바 없다.

이는 국내 연예산업이 아직도 구멍가게 수준에서 못 벗어났다는 부끄러운 현실이고 그래서 꼭 개선돼야 할 치부이며 완치시켜야 할 고질병을 안고 있다는 증거다.

JYJ와 SM 양측은 이미 법적으로 심정적으로 합의와 화해를 했고, 이 사실을 모든 팬들에게 알린 상태이고, 더욱 JYJ가 해외활동을 통해 외화 획득에 크게 기여하는 때에 또 다른 슈퍼갑에 의해 그들이 정당한 사유 없이 활동이나 수익에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보이지 않는 슈퍼갑의 검은 손에 의해 조종된다면 그것은 더욱 불행한 일이고 종식되어야 할 잘못된 관행이다.

[티브이데일리 조현민의 호크아이 news@tvdaily.co.kr / 사진=티브이데일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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