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한국무용과 현대무용, 발레, 세 장르의 무용수들이 모여 경합을 벌이는 Mnet ‘스테이지 파이터’(이하 ‘스테파’)가 드디어 마지막 무대만을 앞두고 있다. 세 계급 중 언더는 모두 탈락하고, 6명의 퍼스트와 14명의 세컨드 계급, 총 20명의 무용수가 진출한 가운데 기무간 무용수가 자진 하차하며 탈락이 결정되었던 고동훈 무용수가 극적으로 파이널 스테이지에 오르는 이변이 일어났다.

기무간 무용수의 하차 소식은, 그것도 그의 자발적인 선택이었다는 사실은 누구도 예상 못 한 일이었을 터. 파이널 진출자를 결정지을 ‘스테이지 초이스 바이 퍼블릭’에서 중독을 주제로 보여준 그의 무대는, 그간 그 특유의 매력을 충분히 발산할 기회를 얻지 못한 데에서 비롯된 아쉬움을 모두 털어내고도 남을 만큼 충분히 기무간다운 결과물이었기 때문이다.

성적 또한 그에 걸맞게 좋았고. 무난하게 결승 무대까지 서겠구나 싶은 순간, ‘스테파’에서의 여정을 멈추기로 결정한 것이다. 기무간 무용수의 무대를 응원하고 즐겨 보았던 적지 않은 시청자들에겐 더없이 서운하고 섭섭할 수밖에 없는 변수다. 파이널이야말로 무용수 한 명, 한 명의 스타일을 고스란히 담아낼 무대가 제공될 터이니, 무용수로서는 자신만의 작품을 선보일 기회를 제대로 부여받는 거나 마찬가지인 까닭이다.

하지만 바로 이러한 지점에서 하차하는 것 또한 상당히 기무간다운 선택이고 모습이다 보니, 보는 이들은 아쉬워도 인정하고 존중하게 되는데. 흥미로운 건 이러한 과정에서 기무간의 매력도는 한층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대체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일치되는 매력을 지닌 상대에게 한없는 끌림을 느끼곤 한다. 즉, 누구도 대체하지 못할, 자신만의 존재 가치를 발휘하는 사람에게, 어떤 저항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매료되고 만다고 할까.

“그 결정을 번복할 수 없는 저의 고집을 같이 미워해 주세요”
그러니 그가 누군가에게는 더없이 간절했을 파이널 무대를 포기하는 결정을 내렸음에도, 부딪힌 ‘한계’의 벽을 놓고 제자리로 돌아가겠다는 고집을 피우고 있음에도, 미워하기는커녕 그저 ‘스테파’라는 경연프로그램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이, 지극히 기무간 무용수다운 무대를 만들어가길 응원하게 될 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기무간의 고집스러운 결정은, ‘스테파’에서 자신만의 무대를 갖기 위해 시종일관 치열하게 애써왔으나 마지막 고비에서 안타깝게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던 고동훈 무용수가, 극적으로 파이널에 진출하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고동훈으로서는 비로소 오롯이, 고동훈다운 무대를 선보일 기회를 얻은 것이다. 어쩌면 기무간 무용수는 경연프로그램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준 특별한 출연자, 케이스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는 바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etvidet@naver.com, 사진 = Mnet ‘스테이지 파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