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진석 기자] '스윙데이즈'가 한국 창작 뮤지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26일 서울시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뮤지컬 '스윙데이즈 : 암호명 A'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현장에는 김희재 작가, 정경진 프로듀서, 박해림 작사가, 김태형 연출, 김문정 음악감독, 이현정 안무감독이 함께 했으며, 배우 유준상, 신성록, 민우혁, 고훈정, 이창용, 김건우, 정상훈, 김승용, 전나영, 이아름솔, 장현성, 성기윤, 최현주, 이지숙, 유보영, 오진영, 이은상이 참석했다. 이날 프레스콜은 80분간 진행되었으며, 이후 기자간담회가 이어졌다. 뮤지컬 배우 이건명이 진행을 맡았다.

창작뮤지컬 '스윙데이즈 : 암호명 A'(이하 '스윙데이즈')는 대한민국 최고의 제약 회사를 창업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인 유일한 박사의 독립운동과 냅코 프로젝트를 모티브로 탄생한 작품이다. '스윙데이즈'는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스토리와 무대, 18인조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풍성한 음악으로 관객들에게 완성도 높은 경험을 제공한다.

◆ 유준상 "대형 뮤지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습니다"

이날 김희재 작가는 작품에 대해 "독립운동에 대한 얘기를 들을 때 '우리가 그 시대에 있었다면?'이라고 하면서 얘기하지만 사실 어려운 일이다. 당위성을 갖는 독립운동이 아니라, 무엇을 희생하고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그렇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은 그 선택 앞에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며 만들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김작가는 "영화를 만들면 또 동일한 소재로 만드는 게 쉽지 않다. 앞으로 수십 년간 이야기를 공유할 때 어떤 표현 방식이 좋을까 생각했는데, 뮤지컬과 음악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분들의 도움과 지지가 있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라며 뮤지컬로 표현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유준상은 "감히 말씀드리건대, '스윙데이즈'는 창작 뮤지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앞으로 어떤 전개가 예상될지 모르는 뮤지컬이다"라며 "6번째 10주년을 맞이하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 5년, 10년 뒤에도 이런 얘기를 했으면 한다"라고 솔직하게 전했다. 그는 "대형 뮤지컬의 새로운 패러다임!"라고 재차 강조해 웃음을 더했다.

김태형 연출은 작품의 차별성에 대해 "경성 시대를 다루는 문화콘텐츠가 끊이질 않고 만들어지고 있다. 해석하는 방법이 다르지만, 최근 트렌드는 새로운 문물이 들어오고 낭만이 있는 시대라는 인식도 있다. 물론 일제 늑약에 의해 불법적으로 점유된 아픈 과거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을 희생하고 이겨내는 이야기가 아프고 괴롭고, 숭고하게 전달되기보단, 쿨하고 섹시하고 멋지고 위트 있는 이야기. 그런 진심이 담긴 이야기로 전달되었으면 한다. 멋지게 보이게 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 日 야스오= 韓 보웅, 각기 다른 해석 "외롭고 결핍 있는 캐릭터"

극 중 야스오는 한국인과 일본인 사이에서 태어난 인물로, 일제의 편에 서는 캐릭터다. 그의 정체성의 고민을 계속 이어갔다는 고훈정은 "저희 셋 다, 같은 고민을 했다. 연습을 하며 느낀 건, 정체성에 대해 불운함을 느끼고 비애에 찬 인물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라며 "홀로 하는 넘버에서 클라이맥스에서 '너 정체성 뭐야'라고 묻는 것만 같다. 저도 '저는 뭘까요'라고 생각하면서 노래한다"라고 위트 있는 대답을 남겼다.

이창용은 "혼란스럽고 외롭고 딱한 아이다. 일은 해야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선 정말 슬펐다. 이 작품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중요한 퍼즐의 조각이라 생각한다. 끝까지 그런 것을 찾아가면서 마지막까지 좋은 공연으로 보답하겠다"라고 전했고, 김건우는 "간단히 설명하면, 야스오란 인물은 결핍이 있는 캐릭터다. 반쪽이라서 느낄 수밖에 없는 설움과 결핍이 있는 캐릭터다. 그 결핍을 이길게 아버지의 인정인데, 그 과정에서 자책을 느낀다. 자책을 느끼는 건 보웅이다. 제가 느끼는 정체성은 한국인이다. 배우마다 해석의 여지는 다르지 않은가"라며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황만용 역을 맡은 정상훈은 "창작극은 그렇지만 같이 고민한다. 입체감 있게 만들기 위해 그 시대에 가보면 어떨까 싶어서 평양 사투리를 넣어봤다. 그게 극을 풍성하게 만들더라. 위트를 빼놓을 수 없는 것 같다. 공연을 보실 때 쇼 스타터 같은 느낌이 있어야 했기에, 나중에 울컥하고 많은 분들이 저를 통해 세 친구 관계에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그런 배역이다"라고 설명했고, 김승용은 "휴머니즘이 가득한 인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라고 덧붙였다.


◆ 곤도·베로니카·호메리의 '말말말'

곤도 역을 맡은 장현성은 "남자가 나이가 들면 배역이 힘이 강해지는 기득권이 된다. 제가 여태껏 했던 배역 중 가장 대놓고 나쁜 놈이었다. 이야기가 안정적으로 받침이 되려면 정의를 돋보이게 하는 악역의 블록이 단단해야 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성기윤은 "제가 생각하는 건 하나였다. 제 역할이 반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반전으로 이어지길 바랐다. 어떤 분이 '일본이고 뭐고를 떠나 나쁜 놈'이라는 말이 남겨주셨더라. 그 반응을 보고 '아 잘했구나'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베로니카 역의 전나영은 "저도 유일한 박사님처럼 외국에서 자랐다가 잘할 수 있는 일을 모국에 돌아와서 하고 있다. 박사님의 훌륭한 선택을 연기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라고 전하며 영어로 전 세계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호메리 역을 맡은 이지숙은 자신의 역할에 대해 "호메리는 수동적인 여성상이 아니었다. 동양인 최초로 소아과 의사를 한 사람이다. 사실, 미국에서 잘 먹고 잘 살 거 같은데, 조선으로 돌아와 봉사하고 헌신한 것만으로도 그릇이 큰 사람이다"라고 평가해 웃음을 전했다.

한편, '스윙데이즈'는 지난 19일 막을 올렸으며, 오는 2025년 2월 9일까지 공연한다.

[티브이데일리 김진석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안성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