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이제 영화 홍보의 무대가 SNS 피드로 옮겨가고 있다. 짧은 영상 몇 초가 관객의 관심을 결정짓고, 알고리즘이 입소문을 대신 퍼뜨린다. 특히 SNS 알고리즘 노출을 노린 다양한 계정들이 활발히 활동하며, 영화의 첫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요즘 SNS 숏폼 영상을 무의식적으로 넘기다 보면 어느 순간 알고리즘에 영화 홍보 영상이 뜨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한 번 노출된 영화는 비슷한 장면을 편집한 영상들이 계정만 다를 뿐 연달아 피드에 등장한다. 그렇게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같은 영화를 여러 번 접하며, 작품의 존재를 인식하고 관심을 갖게 된다. 알고리즘이 만들어낸 이 ‘무의식적 노출’은 이제 관객에게 영화의 첫인상을 심어주는 주요 경로가 됐다.

이들 계정은 공식 예고편이나 하이라이트 장면을 짧게 재편집해 올리며 자연스럽게 관객의 흥미를 유도한다. 이러한 콘텐츠는 영화의 분위기나 감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면서 ‘주목할 만한 작품’이라는 인식을 만들어낸다. 일부는 배급사나 홍보대행사와 협업해 진행되는 바이럴 마케팅의 일환이지만, 또 다른 일부는 알고리즘 상위 노출을 노린 자발적 활동이기도 하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요즘은 유튜브 광고처럼 노출을 높이는 효과를 노린 방식이 많다. SNS 알고리즘에 잘 걸리도록 세팅해두는 개념이라, 노출에 가깝다. 카드뉴스 형태나 짧은 편집본을 만들어 여러 계정에 흩뿌리는 식이다”라고 말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방식은 일부 특수한 작품들에서만 시도됐다. 하지만 지금은 영화 개봉 전 관심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공식적인 마케팅 툴로 자리 잡았다. SNS 피드에 얼마나 자주 노출되고, 얼마나 자연스럽게 확산되느냐가 영화의 첫 반응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예고편이 공개되기 전부터 특정 장면이나 대사가 밈처럼 퍼지고, 피드 속 영상으로 영화의 첫 인상이 만들어진다. 또 다른 배급사 관계자는 “이런 마케팅을 적극적으 하는 곳이 소수였는데, 다들 이제는 남들 하는 만큼은 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광고 매체가 너무 다양해졌고, SNS에서 노출이 안 되면 아예 영화가 언급조차 안 된다”고 말했다.

공식 채널을 통한 홍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작용한다. 한 영화 홍보 마케팅사 관계자는 “공식 계정에 클립을 올리는 것 외에도, 별도로 바이럴 업체와 협업해 노출을 확대하는 경우가 많다. 언제부터라고 시점을 특정하긴 어렵지만, 매체 환경이 급변하면서 SNS 홍보의 비중이 자연스럽게 커졌다”면서 “작품에 따라 타깃층이 명확한 경우가 있지 않나. SNS에서 적절한 타깃층에 소구하기 위해 콘텐츠를 재가공하고, 팔로워 기반이 있는 채널을 활용하는 식으로 접근한다. 영화 인지도나 호감도를 높이는 데에는 SNS 기반 바이럴이 사실상 ‘디폴트 값’처럼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SNS 중심의 홍보가 실제 흥행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조회수나 화제성이 높더라도 티켓 판매로 직결되는 경우는 절반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의 현실적인 평가다. 관객이 “재밌어 보인다”는 인상을 받는 것과 실제로 극장을 찾는 행동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한다. 또 다른 영화 홍보 마케팅사 관계자는 “SNS 바이럴은 분명히 중요하지만, 홍보 영역은 성과를 가시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파트다. SNS 바이럴 마케팅이 티켓 구매로 연결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지금은 SNS에서 존재감을 확보하는 게 기본 전제처럼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 역시 “유튜브 광고처럼 노출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어서 다들 진행하는 것 같다. 다만 SNS 마케팅이 곧 흥행의 이유는 아닌 것 같다”면서 “알고리즘을 잘 타면 영화와 관련된 영상이 급속도로 SNS를 중심으로 확산이 되지만, 그것이 결정적으로 흥행으로까지 이어지는지는 구체적으로 알 수가 없다. 버스 광고나 옥외 광고처럼 노출 규모를 추산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업계에서는 SNS 바이럴 전략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이후 관람 소비 패턴이 크게 달라지고, OTT 플랫폼의 확산으로 관객이 영화를 더욱 신중하게 고르면서 ‘선택지에 오르는 것’ 자체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일단 SNS 피드에 노출되어 관객의 인식 속에 들어가는 것, 그것이 흥행의 출발점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영화들이 보다 적극적인 SNS 타깃 마케팅과 바이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피드 노출 빈도를 높이고, 짧은 클립을 통해 영화가 관객의 ‘선택 선상’에 오르게 만드는 것이다. 극장에서의 예고편보다 SNS 알고리즘을 통한 반복 노출이 관객의 호기심을 끌어올리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이러한 흐름을 대표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지난해 연말 개봉한 영화 ‘소방관’이다. 실제 홍제동 화재 사건을 모티프로 한 이 작품은 개봉 당시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 ‘심박수 챌린지’ 열풍을 일으켰다. 영화 속 부당한 현실과 희생을 둘러싼 분노의 순간들이 화제를 모으며, 관객들이 “보다가 화가 나서 심박수가 올라간다”는 식의 콘텐츠를 제작해 퍼뜨린 것이다.

해당 챌린지는 단순한 감정 공유를 넘어 영화가 전하고자 한 사회적 메시지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확산된 이 참여형 바이럴은 관객의 감정적 반응을 공론화하며 영화의 존재감을 키웠고, 결과적으로 ‘소방관’은 총 38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SNS에서 출발한 바이럴 마케팅이 실제 흥행으로 이어진 대표적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물론 ‘소방관’의 경우는 다소 특수한 예로 꼽힌다. 대부분의 작품은 이러한 마케팅 효과가 어느 정도의 수치로 이어졌는지 명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하지만 관객의 관심을 얻기 위한 첫 관문이 ‘SNS 피드 노출’로 바뀐 이상, 이를 포기하기는 어렵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방관’처럼 SNS에서 시작된 챌린지가 흥행으로 이어진 흐름이 보이는 사례도 있지만, 실제로 그런 캠페인이 어느 정도 흥행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코로나 이전보다 SNS 마케팅이 훨씬 자연스러워지긴 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제 SNS를 활용한 마케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관객의 시선이 머무는 공간이 달라진 만큼, 영화의 첫인상 역시 SNS에서 결정된다. 홍보의 방식은 변했지만, 결국 관객의 관심을 얻기 위한 경쟁은 계속되고 있다. 이제 영화의 운명은 극장보다 피드 위에서 먼저 결정된다는 말이 과언이 아닌 시대가 왔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뉴시스, SNS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