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K팝 팬덤의 콘텐츠 소비 방식이 공연장 밖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최근 K팝 팬덤이 소비하는 콘텐츠는 실제 공연 관람은 물론 온라인 콘텐츠와 팝업스토어, 공연 실황 영화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이에 팬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 역시 ‘보는 것’에서 ‘직접 경험하고 선택하는 것’으로 넓어지는 모습이다.
이 가운데 VR 콘서트는 실제 공연과는 다른 방식으로 아티스트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팬덤 콘텐츠로 떠오르고 있다. 공연장에서는 좌석과 무대 구조에 따라 관람 시점이 결정되지만 VR에서는 아티스트와의 거리나 시점, 관람 방식 자체를 새롭게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메이즈(AMAZE)가 선보인 ‘엔하이픈 브이알 콘서트 : 데스티니’(이하 ‘데스티니’)는 이러한 VR의 특성을 팬덤의 소비 방식에 맞춰 풀어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공연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멤버 선택과 1인칭 시점, 엔하이픈의 뱀파이어 세계관을 결합해 관객이 콘텐츠를 보다 능동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멤버 선택’이다. 관객은 원하는 멤버를 직접 선택해 해당 멤버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여러 멤버가 함께 등장하는 공연에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를 중심으로 보고 싶어 하는 K팝 팬덤의 특성을 VR의 시점 설계에 반영한 것.
한 번의 관람으로 경험이 고정되지 않는다는 점도 특징이다. 관람할 때마다 다른 멤버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장면과 경험을 비교하며 여러 차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이는 동일한 공연을 반복해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방식의 반복 관람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1인칭 시점과 뱀파이어 콘셉트 기반의 스토리를 더하면서, 관객은 단순히 무대를 바라보는 데서 벗어나 엔하이픈 멤버와 함께 이야기를 경험하게 된다. 즉, ‘데스티니’는 공연을 단순히 VR로 옮겨놓은 콘텐츠라기보다 팬들이 아티스트를 소비하는 방식을 VR에 맞게 다시 구성한 콘텐츠에 가깝다.
이 같은 접근은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아티스트의 콘셉트와 팬덤의 니즈를 콘텐츠 구조 자체에 깊이 있게 반영한 결과다. 기술을 통해 아티스트를 더 가깝게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각 아티스트의 고유한 색깔에 맞춰 팬들이 원하는 최적의 관람 방식을 설계해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K팝 팬덤의 콘텐츠 소비가 점점 더 세분화되는 가운데, VR 콘서트는 단순한 공연 실황을 넘어 새로운 팬덤 콘텐츠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데스티니’는 VR이 그저 무대를 기록하는 기술이 아니라, 팬이 아티스트를 경험하고 소통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기술과 팬덤의 니즈가 만나 탄생한 이 새로운 관람 방식이 앞으로 K팝 산업의 경험 가치를 어떻게 확장해 나갈지, 엔터테인먼트 생태계의 다음 진화가 기대된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엔하이픈 브이알 콘서트 : 데스티니’]